- 유럽 특유의 주황색 지붕과 풍요로운 초록 들판이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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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교식 숭실대학교 안전보건융합공학과 교수 | ||
오늘은 로맨틱 가도에서 고성(古城) 가도 도시 하나를 거쳐서 알프스의 풍광으로 들어가는 날이다. 첫날의 일정이 늦게 끝나서 늦게 숙소에 도착하는 바람에 당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각자의 방법대로 일정을 즐겼다. 친구 J는 주인집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어제 건성건성 보았던 딩켈스뷜까지 다녀왔다. 이 도시는 중세부터 남북으로 이탈리아와 북부유럽을 잇고, 동서로는 체코지방과 서부유럽을 잇는 길이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였다고 한다. 전회에서 언급했듯이 2차대전 중에도 폭격을 당하지 않아서 중세 모습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었고 인상 깊은 볼거리가 많았다고 한다. 전날 보았던 로텐부르크와 마찬가지로 성문은 차가 한 대 겨우 지날만 해서 차들은 성문 안팎에서 잠깐씩 기다리는 광경, 동쪽 성벽에서 본 주황색 도시 방어탑(이 탑은 13세기 성문으로 건설되어 위쪽은 17세기 르네상스 시절 만들어진 상단부까지 있음), 다양한 색상의 창문을 지닌 파스텔 톤의 집들, 이 지역 랜드마크인 성 게오르그 성당과 그 주변에 독인 전통인 파흐베르크(Fachwerk) 방식으로 지어진 반목조 건물들 등이 인상에 남았다고 한다.
필자는 창문을 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어진 시골집 지붕과 멀리 보이는 숲과 들판이 눈을 즐겁게 했다. 마당에는 버찌가 나뭇가지가 휘어지도록 달려 있으며 집앞 우리에는 닭과 토끼가 사이좋게 노닐었다. 아침 식단도 조촐하지만 집에서 직접 만든 잼 등으로 시골인심 가득한 상차림이었다.
차로 30여분을 달려 뇌르틀링겐에 도착하였다. 운석이 떨어져서 만들어진 구덩이에 원형의 도시가 건설되었으며 1998년 도시 1000년 행사를 할 만큼 유서가 깊은 도시로서 전날 보았던 로텐부르크, 딩켈스뷜과 함께 성곽이 보존된 독일의 3개 도시 중 하나이다. 도시 중앙에는 여기에도 성 게오르그 성당이 있으며 안내소가 근처에 있어서 여기 주차 시 1시간 반 무료 주차권을 주니 이를 운전석에서 보이게 해 놓으면 위반 딱지 끊을 일이 없다. 주차 후 350여개의 계단을 거쳐 오르면 90여m 높이에서 360도를 조망하는 전망대가 있다. 유럽 특유의 주황색 지붕과 도시 경계 너머 풍요로운 초록 들판이 한눈에 들어와서 한참을 보냈으며 방명록에는 ‘With friends, for memory’라고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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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을 뒤로하고 2시간여를 더 달려서 퓌센에 도착하였다. 주차 자리를 찾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어서 아쉬웠으며 번화가에서 케밥으로 점심을 먹은 후 인근의 노이슈반스타인 성을 구경하러 갔다. 여기 역시 전철역 옆에는 1시간짜리 무료주차권을 역에서 나눠 주었다.
차를 달려 노이슈반스타인 성 관람을 위하여 주차장에 주차하고 성에는 버스를 타고 갔는데 마차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갈 수도 있다. 이 성은 바이에른의 왕 루드비히 2세가 바그너를 위하여 지은 성이라고 알려져 있으면 인근 3개의 호수에서 잘 보이도록 암반 위에 지어져 있다.
이 호수에는 백조가 많았다고 하며 왕이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에 깊이 감명받아서 자신을 오페라 주인공인 백조의 기사에 감정이입한 듯하다는 것이 필자의 상상이다. 우리나라 결혼식장에서 신부 입장 시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이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4막에 나오는 이 곡이다.(https://www.youtube.com/watch?v=J2lX86w-pT4) 3분 20초 정도부터 귀에 익은 멜로디가 나온다. 노이슈반스타인은 영어로 New Swan Stone이니 뭐.... 그럴 듯 하지 않은가? 이 성이 잘 보이는 마리엔의 다리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디즈니의 신데렐라 성이 이 성을 모델로 만든 것이라는 데 매우 공감이 갔다. 보통 30분을 기다리거나 겨울에는 입장이 불가하다는 다리인데 본격적인 휴가철 전이어서인지 운 좋게도 사람이 별로 없었다. 성 건축 시 험지에 공사하느라 비용이 많이 들었으며 신하나 백성들의 원성을 많이 사서 왕이 말년에 정신병원에 강제 구금되는 계기가 되었다고는 하나 성 자체는 매우 아름다웠다. 남쪽으로는 오스트리아에서 이어진 알프스의 웅장한 산세가 있고 북쪽으로는 독일의 드넓은 평가가 펼쳐있으니 탁 트인 전망이 매우 좋았다. 성 내부를 보려면 관람료를 내야 하며 관람권은 입구에서 사는 것이 인터넷 예매나 언덕 아래 마을에서 사는 것보다 상당히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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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한때 외국의 거대 유적(피라미드, 자금성, 콜로세움 등등)을 부러워 한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거대 유적은 절대권력이 자신을 위해 백성을 혹사한 결과이며 그 업보로 왕조가 결국은 200년이 채 안되어서 무너졌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500년, 심지어 신라는 1000년을 이었으니 무리하게 권력을 남용하지 않은 것에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나...
다음날 목적지인 독일의 최고봉 추크슈피체에 쉽게 가기 위하여 가까운 숙소를 찾다 보니 국경 너머 오스트리아에 좋은 조건이 눈에 들어왔다.
목적지에서 차로 30분이 안되는 거리에 가성비 좋은 호텔이 있어서 예약했는데 결과적으로 너무 좋았다. 내비게이션에서 국경을 넘는다는 짤막한 메시지만 뜨고, 아무런 통관절차도 없이 독일서 오스트리아로 넘어갔다. 호텔은 시골 마을의 윗자락에 위치하여서 산쪽, 마을 쪽 전망이 모두 좋았으며 도착 후 길옆 개울에 담구어 두었던 캔맥주를 저녁 식사하면서 한 모금 마시던 맛이란...
2층엔 베란다가 있어서 칸막이를 치우니 친구네 방과 연결되어 여기다 식탁을 이어서 전날에 이어 준비해간 라면 백반으로 저녁을 먹었다. 산쪽으로 멀리는 만년설이 쌓인 전경과 가까이는 가축을 위한 초지와 창고, 멀리 마을이 아련히 내려다보이는 목가적인 풍경은 피곤한 몸에 편안한 휴식을 가져다주었다.
전날 묵은 게스트하우스나 당일 묵은 시골 호텔 모두 자동차 여행의 장점을 충분히 살린 호텔 예약이었으며 구성원 모두가 매우 만족하는 숙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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