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재난안전칼럼] 사람과 반려동물

기사승인 2023.05.29  15:02:25

공유
default_news_ad1
   
▲ 김진영 (사)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반려테마파크 건립 부지 조성사업 개발행위’를 심의하기 위해 참석한 바 있다. 제안자는 ‘반려인구 1,500만 시대, 펫팸족(PET+FAMILY) 신조어 등장’ 등을 골자로 추진 배경과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설명을 이어 갔다. 물론 필자는 원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분위기를 조성했다. 

우리나라에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인구는 대략 1천 500만 명으로 추정한다. 전체 인구의 30%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외부 활동이 제한되고 사람과의 접촉에 제약이 생기면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4가구 중 1가구 이상이 반려동물을 기른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지원책이나 복지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통계 자료에 의하면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76%가 ‘개’를 기르고 있고, ‘고양이’를 기른다는 응답은 28%였다(복수 응답으로 숫자에 차이가 남). 3위는 물고기(7.0%), 4위는 햄스터(2.0%)였으며, 거북이(1.0%), 새(1.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2005년 8월 29일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의 남동부 해안 지대를 강타해 뉴올리언스가 물에 잠겼을 때 얘기다. 초강대국이라고 자부하던 미국의 어두운 그늘을 여지없이 드러낸 대재앙이었다. 카트리나 참사를 통해 철저한 대비와 준비 없이는 그 어떤 강대국도, 또 사람들도 자연 재앙 앞에 한순간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카트리나는 보여 주었다. 허리케인과 그 여파로 1,800여 명이 사망했다. 여기에는 반려동물을 구조 대상에서 제외한 정책의 부재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반려동물과 떨어지지 않으려고 대피를 거부하는 사태가 인명피해를 가중시켰다. 당시 AP통신이 사랑하는 동물을 떼어 놓아야 하는 상황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보여 주는지를 포착해서 보도까지 했다. 구조대원들은 반려동물을 버리라고 강요했고, 그러지 않으면 체포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재난 상황에서 사람이 대피에 실패하는 사례 가운데 20~30%가 반려동물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대피령이 내려졌을 때 아이 없는 가정이 대피를 거부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반려동물을 남겨두는 데 대한 두려움이었다고 한다. 깊이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이 느끼는 슬픔의 정도는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느끼는 슬픔과 비슷하다. 

카트리나가 휩쓸고 지나간 지 1년도 되지 않아 미국 의회는 주와 지방정부가 동물 구조를 긴급대피 계획에 포함하도록 한 반려동물대피운송표준(PETS)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반려동물과 장애인, 보조 동물을 동반한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비상 대피시설과 자재를 위한 조달, 임대, 개보수’에 재정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람을 구하려면 동물도 구해야 한다’라는 카트리나 PETS 법안은 사람과 동물을 돕는 노력이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2011년 대형 허리케인 ‘아이린’이 동부 해안을 강타했을 때 주민 대부분은 반려동물과 함께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자료에 의하면 2017년 포항 지진 당시 반려동물 동반자들이 임시대피소에 가지 못해 위험에도 불구하고 집에 머무르거나 거리나 차에서 밤을 보낸 사례가 있으며, 2019년 고성 산불 당시에도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연수원, 콘도 등 제공된 숙소에 동반 입소하지 못해 대피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반가운 소식이 있다. “반려동물 가구 600만 시대에 재난 시 대책이 없다”라며 재해·재난 발생시 반려동물 안전망 마련을 촉구했던 이은주 국회의원(정의당)이 직접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반려동물의 대피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재난 시 반려동물과 무사히 집 밖으로 탈출한다고 해도 동반 피난은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대피시설에서 반려동물의 입소를 거부하는 경우, 동물뿐만이 아니라 사람 또한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이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재난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대피시키는 1차적 의무는 보호자에게 있음을 명시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에 재난 시 동물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대피 지원계획을 세우고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통해 전 세계가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사람과 반려동물 사이에 유대에 대한 인식이 하루빨리 개선 보편화되어야 한다.


 

안전정보 safetyin@safetyin.co.kr

<저작권자 © 안전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